다시 시작한 공무원

공무원 생활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 다짐 했었지만 다시 시험을 합격하여 공무원이 되기까지, 나는 내 안에서 고민의 연속과 다짐을 반복했었다. 해 봤었던게 공무원이고, 다시 하는 만큼 내 개인적인것은 조금 더 내려놓고 당황할만한 요소들은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을테니 견뎌보자고 다짐했다. 2025년 7월, 다시 합격문자를 받았던 나는 기쁨보다는 또다시 시작이구나 라는 마음이었다.

공무원 합격 문자를 확인하며 다시 시작이라는 부담을 느끼는 인물의 AI 재구성 삽화
다시 공무원이 된 순간의 부담감을 판타지적으로 표현한 AI 삽화

첫 발령지, 환경센터 #

9월 마지막 주, 정식으로 임용이 되었고 첫 발령지가 정해졌다. 환경센터.

이름만 들으면 뭔가 그럴싸했다. 하지만 실상은 소각장과 매립장, 그리고 선별장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이었다. 상상과 실제 사이의 그 간극을, 나는 첫 출근날 바로 몸으로 알게 됐다.

소각장과 매립장, 선별장에 파리가 날아다니는 환경센터의 AI 재구성 삽화
환경센터의 시설과 파리 문제를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AI 삽화

파리와 함께한 사무실 #

9월 말이었지만 더위는 여전했다. 매립장과 선별장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작은 사무실엔 파리가 정말 많았다. 10~20초 간격으로 손을 휘저으며 얼굴 주위를 맴도는 파리를 쫓아내야 했다.

환경센터 옆 작은 사무실에서 파리를 견디며 컴퓨터로 일하는 공무원
파리가 많았던 환경센터 옆 작은 사무실을 재구성한 AI 삽화

예전에 근무했었던 다른 지자체에서의 환경은 에어컨을 안 틀어주는 환경이라 더위를 참으며 근무를 했어도, 벌레와의 사투를 벌이는 곳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모니터 위에 앉은 파리의 짝짓기 모습을 보는 것은 첫날부터 그 상상을 깨는 장면이었다.

신기한 건,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별일 아닌 게 되어갔다는 점이다. 파리를 손으로 쫓는 대신 그냥 두게 되는 순간이 왔다. 업무도, 파리도, 냄새도 — 시간이 지나면서 다 익숙해졌다. 사람은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것에 적응한다는 걸 그때 처음 체감했다.

익숙해지지 않았던 것 하나 #

딱 하나, 끝까지 익숙해지지 않는 게 있었다. 쓰레기 수거와 관련해 매일같이 걸려오는 민원 전화였다. 수화기 너머의 언성은 날마다 다른 이유로, 다른 세기로 높아졌다. 왜 수거하기로 한 날이 오늘인데 쓰레기 수거가 안되었나요? 대형폐기물 신고를 했는데 아직도 안 가져가면 어떻게 해요?

쓰레기 수거와 대형폐기물 민원 전화를 받으며 힘들어하는 공무원
쓰레기 수거와 대형폐기물 민원 전화를 받던 상황을 재구성한 AI 삽화

내가 직접 수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미화원들과 운전직 주사님들의 수거를 내가 어떻게 전부 다 알겠냐마는, 그럼에도 공무원이라면 민원은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받아들이며 버텼다. 파리도, 냄새도, 민원 전화도 — “이 정도는 버틸 수 있다”는 게 그때의 내 판단이었다.

사람이 괜찮으면 버틸 수 있다 #

나는 스스로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다. 일 자체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의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라는 걸. 그래서 이번 두 번째 공무원 생활에서는,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소통과 대화만 괜찮다면 정년까지 가보자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환경센터는 그런 면에서 나쁘지 않았다. 육아시간을 이용해 9시 출근·16시 퇴근을 하는 7급 직원과, 다른 두 직원도 나를 다그치거나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처음 맡아보는 업무 앞에서 뭘 물어봐도 짜증 한번 없이 알려주셨다.

그러한 작은 배려의 말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관계는, 한편으로 스스로의 마음이 버틸 수 있는 — 그리고 악취와 파리라는 악조건을 버틸 수 있게 만든 진짜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들”이라는 마음이 컸다.

환경센터 동료들과 업무 자료를 함께 살펴보는 공무원
함께 일한 동료들의 도움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AI 삽화

그렇게 9월부터 12월 말까지, 시간의 익숙해짐에 나를 물들여갔다. 민원과 업무파악을 하며 성장하는 과정 속에 힘든 시간들은 있었지만 견딜 만했고, 사람들이 좋았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다시 시작한 공무원 생활을 오래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9월부터 12월까지의 근무 시간을 떠올리며 퇴근하는 공무원
9월부터 12월까지 환경센터 업무에 적응해 간 시간을 표현한 AI 삽화

지금 돌아보면 그 3개월은, 이후에 있어질 여러 일들에 비하면 차라리 평온한 시기였다.


다음 편에서는 — 당연히 이곳에서 계속 근무할 거라 믿었던 12월 30일, 인사발표 명단에서 예상치 못한 내 이름을 발견하게 된 순간을 이야기한다.